『달러는 왜 비트코인을 싫어하는가』는 레바논 출신 경제학자 사이페딘 아모스(Saifedean Ammous)가 2018년에 발표한 대표작으로, 원제는 『The Bitcoin Standard』이다. 이 책은 단순히 가상화폐를 소개하는 입문서가 아니다. 현대 화폐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돌아보고, 왜 비트코인이 새로운 경제 질서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지를 역사·철학·경제학적 관점에서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특히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의 구조적 한계와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들을 짚으며, 그 대안으로 비트코인을 제시하는 흐름이 인상적이다.
금본위제와 비트코인의 공통점: 희소성과 시간 선호
아모스는 비트코인을 설명하기 위해 ‘금본위제’를 핵심 비교 대상으로 삼는다.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전 세계는 금을 기반으로 한 금본위제를 유지해왔다. 금은 채굴이 어렵고 공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신뢰받는 가치 저장 수단(store of value)으로 기능해 왔다.
비트코인은 이러한 금의 특성을 디지털로 옮겨온 자산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채굴’이라는 개념도 금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며,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무분별한 공급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은 통화 팽창과 인플레이션을 원천적으로 억제하는 특성을 갖는다.
또한 그는 ‘시간 선호(time preference)’라는 중요한 개념을 소개한다. 쉽게 말해 현재 소비를 얼마나 우선하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다. 아모스는 금본위제나 비트코인처럼 희소성이 높은 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일수록 장기적 안목과 저축 문화가 자리 잡아 시간 선호도가 낮아진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달러 같은 법정화폐(fiat currency)는 무제한 발행이 가능해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고, 사회 전반의 소비 성향과 투기적 경제활동을 자극한다고 지적한다.
달러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
달러는 세계 경제의 중심에 있지만, 아모스는 현재의 법정화폐 시스템이 태생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비판한다. 과거 미국은 브레튼우즈 체제를 통해 금과 달러를 1:1로 교환하며 달러의 신뢰를 유지했다. 그러나 1971년 닉슨 대통령의 금 태환 중단 선언 이후, 달러는 실물 자산과의 연결 고리를 완전히 잃은 순수 법정화폐가 되었다.
그 이후 미국 정부는 대규모 달러 발행을 통해 부채를 키웠고, 이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금융 불안을 초래했다. 아모스는 이런 무제한 발행이 통화 가치 하락을 불러오고, 장기적 생산 활동보다 단기적 투기와 소비를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특히 중앙은행의 금리 조정이나 양적완화(QE) 정책을 문제 삼으며, 이러한 개입이 자본 시장을 왜곡시키고 자산 가격 거품을 만드는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지금의 법정화폐 체제는 경제적 불균형, 부의 양극화, 왜곡된 자본 배분을 초래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의미와 화폐로서의 가능성
아모스는 비트코인을 단순한 디지털 자산이나 투자처가 아닌 “사상 최초의 디지털 금”으로 정의한다. 화폐의 핵심 기능인 가치 저장, 교환 수단, 회계 단위 세 가지 조건 중, 특히 가치 저장 기능에서 비트코인이 압도적 강점을 가진다고 말한다.
그가 제시하는 비트코인의 핵심적 장점은 다음과 같다.
- 검열 저항성 — 정부나 기관이 마음대로 거래를 차단하거나 계좌를 동결할 수 없다. 이는 개인의 경제적·정치적 자유를 지켜주는 기반이 된다.
- 탈중앙화 구조 — 전 세계 수많은 노드가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어떤 중앙 통제 기관도 존재하지 않는다.
- 예측 가능한 공급량 — 4년마다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 시스템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고 희소성을 유지한다.
물론 저자는 비트코인이 아직 교환 수단으로 완전히 기능하기에는 가격 변동성·거래 속도·수수료 등의 한계가 남아 있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기술 발전(Layer 2 솔루션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금’으로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달러는 왜 비트코인을 싫어하는가』는 비트코인 찬양서가 아니라, 현대 화폐 시스템의 문제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경제철학서에 가깝다. 아모스는 비트코인을 금본위제의 원리를 계승·확장한 디지털 형태의 새로운 화폐로 바라보며, 기존 시스템을 대체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을 읽으면 단순히 비트코인을 ‘투자상품’으로 보는 관점을 넘어서, “화폐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게 된다. 앞으로 비트코인이 우리 경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고민해보는 출발점이 되기에 충분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