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양의 『세계 경제 패권을 향한 환율전쟁』은 단순히 경제 이론이나 환율의 기술적 설명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환율이 어떻게 국가 간 경제 전쟁의 핵심 무기로 작동하는지를 역사적, 정치적, 금융시장의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이 책은 환율이라는 추상적인 숫자 뒤에 숨겨진 국가의 전략, 패권 경쟁, 그리고 글로벌 자본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파장을 깊이 있게 분석하며, 국제 경제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환율을 둘러싼 전쟁 ― 책의 전반적 관점
왕양은 환율을 단순한 통화 교환 비율이 아니라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전략적 지렛대로 본다. 환율은 수출입 구조를 조정하고, 외국 자본의 유입과 유출을 통제하며, 결과적으로 경제성장률·실업률·물가·부채 관리 등 주요 거시경제 지표에 영향을 준다.
그는 이러한 환율의 역할을 ‘경제 전쟁의 핵심 무기’라고 규정한다. 특히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등 주요 경제권의 환율 및 통화정책이 어떻게 맞물려 세계 경제 질서를 흔드는지 분석하며, 이를 통해 국제 정치경제의 권력 지형을 설명한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패권은 군사력보다 금융력에서 나온다.”
미국 달러의 지배력은 단순히 GDP 규모 때문이 아니라, 미국이 세계의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나라로서 누리는 ‘특권적 지위’ 덕분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자국 통화로 부채를 발행하고, 양적완화(QE)나 금리 조정 등 정책으로 세계 자산 시장을 흔들 수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유럽은 유로화 안정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모든 흐름이 결국 ‘환율전쟁’이라는 글로벌 힘겨루기로 귀결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주요 경제 용어 및 환율 관련 현상 설명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핵심 경제 개념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 환율 조작(Currency Manipulation)
국가가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경기 부양을 위해 자국 통화를 인위적으로 평가절하하거나 평가절상하는 행위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과거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해 수출을 유리하게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 기축통화(Reserve Currency)
국제 결제와 무역, 외환보유고에 사용되는 통화로, 현재는 미국 달러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미국이 전 세계 금융 시스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 양적완화(QE)
중앙은행이 장기 국채나 금융자산을 매입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으로, 금리를 낮추고 자산 가격을 올리며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낸다. - 금리와 자본 흐름의 관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글로벌 자본은 안전한 미국 자산으로 이동하고, 신흥국 통화는 약세를 보인다. 그 결과 신흥국의 외채 상환 부담이 커지고 경제가 위축된다.
이러한 개념들은 모두 ‘환율전쟁’이라는 큰 틀 안에서 맞물려 있으며, 각국의 정책 결정이 서로의 경제에 어떤 파급 효과를 미치는지 보여주는 핵심 축이 된다.
현재 세계 경제와의 비교 분석
책이 출간된 이후에도 세계 경제는 여전히 환율과 금리 정책을 둘러싼 패권 경쟁 속에 있다.
최근 몇 년의 주요 흐름을 보면 다음과 같다.
- 미국의 기준금리 변화:
팬데믹 이후 급등한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 연준은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달러 강세가 지속되며, 원화·엔화·유로화가 약세를 보였다. 각국은 외환보유고를 방어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거나 긴축 정책을 시행했다. 이는 왕양이 강조한 ‘금리-환율 연동 작용’이 현실에서 드러난 대표적 사례다. - 중국의 위안화 전략: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 질서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이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를 동결하자, 달러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이는 위안화 국제화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다. 이는 저자가 말한 “환율을 통한 패권 도전”의 현실적 구현이라 할 수 있다. - 일본의 엔저 정책:
일본은 장기 저금리를 유지하며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 수출 기업에는 이익이 되지만, 수입 물가 상승으로 국민 생활비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도 따른다. 이는 환율 정책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양면적 효과를 보여준다.
결국 『환율전쟁』은 과거의 사례를 넘어 현재 진행형의 글로벌 경제 전쟁을 읽는 해설서로 기능한다. 책에서 제시된 논의들은 2020년대 중반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왕양의 분석이 단기 트렌드가 아닌 구조적 통찰에 기반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결론
왕양의 『세계 경제 패권을 향한 환율전쟁』은 단순한 경제 입문서가 아니다.
이 책은 국가 간 금융 전략과 패권의 본질을 파헤친 ‘경제 전략서’에 가깝다.
독자는 환율이라는 숫자 뒤에 숨은 국가의 의도와 금융 권력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게 되며, 이를 통해 단기 뉴스의 소음 속에서도 세계 경제의 큰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눈을 얻게 된다.
오늘날의 복잡한 국제 경제 구도를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은 여전히 가장 탁월한 길잡이 중 하나다.
